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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왕관자리

by starlight00 2026. 9. 19.

아리아드네의 왕관이 별자리가 된 사연부터 80년마다 폭발을 준비하는 블레이즈 스타 T CrB, 동아시아의 관삭까지 북쪽왕관자리를 깊게 다룬다.

2026년 여름 내내, 전 세계 아마추어 천문가 수천 명이 매일 밤 같은 별자리 하나를 확인하고 있다. 목동자리의 대표 별 아르크투루스에서 동쪽으로 손 한 뼘 반 정도 떨어진 자리, 반원형으로 늘어선 어두운 별 일곱 개짜리 작은 별자리다. 평소라면 10등급이라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별 하나가, 어느 밤 갑자기 북극성만큼 밝아질지도 모른다는 예보 때문이다. 그 별자리가 바로 북쪽왕관자리다.

 

목차

  • 낙소스 섬에 버려진 여인
  • 디오니소스가 하늘에 놓은 왕관
  • 알페카, 왕관 속의 보석
  • 80년마다 폭발을 준비하는 별
  • 동아시아 하늘의 관삭
  • 왕관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 한국에서 북쪽왕관자리 찾는 법
  •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 FAQ
  • 참고자료

 

낙소스 섬에 버려진 여인

그런데 이 왕관 이야기는 별이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한다.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아버지 미노스왕의 미궁에 갇힌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러 온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에게 반해, 그에게 실타래를 건네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오게 돕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와 함께 크레타를 떠나지만, 항해 도중 낙소스 섬에서 홀로 남겨진다. 테세우스가 왜 그녀를 두고 떠났는지는 전승마다 답이 다르다. 위(僞)-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에는 단순히 테세우스가 그녀를 잊었다는 전승과, 디오니소스가 나타나 아리아드네를 데려가겠다고 요구했다는 전승이 함께 기록되어 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쪽은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에게 한눈에 반해 그녀를 원했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다 — 잠에서 깬 아리아드네가 마주한 것은 텅 빈 해안선뿐이었다.

 

디오니소스가 하늘에 놓은 왕관

상심한 아리아드네를 발견한 것은 포도주와 축제의 신 디오니소스였다. 그는 그녀에게 청혼했고, 결혼 선물로 보석이 박힌 황금 왕관을 건넸다. 히기누스의 《천문학》(Astronomica)은 이 왕관이 훗날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고 전한다 — 아리아드네를 향한 사랑의 증표를, 디오니소스가 영원히 지지 않는 자리에 두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결혼이 모든 판본에서 순탄하게만 그려지지는 않는다. 나무위키에 정리된 후대 전승에 따르면, 디오니소스가 인도 원정에서 포로로 잡은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준 일화도 함께 전해진다. 그럼에도 왕관이 별자리가 되었다는 핵심 서사 자체는 고대부터 흔들리지 않았다. 톨레미가 2세기 《알마게스트》에서 정리한 48개 별자리 목록에도 이 별자리는 이미 '왕관자리(Corona)'라는 이름으로 올라 있었다.

 

알페카, 왕관 속의 보석

신화가 왕관을 하늘에 올렸다면, 실제로 그 왕관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은 별 하나다. 북쪽왕관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알파성 알페카(Alphecca)다. 겉보기 등급 2.23으로, 지구에서 약 75광년 떨어져 있다. 아랍어로 '깨진 것'을 뜻하는 이름에서 유래했지만, 서양에서는 흔히 '보석'이라는 뜻의 라틴어 이름 겜마(Gemma)로도 불린다.

알페카는 홑별이 아니라 A0형 주계열성과 G5형 주계열성이 17.6일 주기로 서로를 가리는 식쌍성이다. 알페카를 중심으로 베타성 누사칸(Nusakan, 겉보기 등급 3.65~3.72)을 비롯해 세타·델타·감마·엡실론·이오타 등 6개 별이 반원 모양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알페카를 제외한 나머지 별이 대부분 4등급 안팎으로 어둡다는 점이다. 왕관의 윤곽 자체는 또렷하지만, 도심의 밝은 밤하늘에서는 알페카 하나만 겨우 보이는 경우가 많다.

 

80년마다 폭발을 준비하는 별

그렇다면 왜 이 조용한 별자리가 2026년 지금 전 세계 천문학계의 시선을 붙잡고 있을까. 답은 T 코로나 보레알리스(T CrB), 별칭 '블레이즈 스타(Blaze Star)'에 있다.

T CrB는 백색왜성과 적색거성이 서로를 도는 쌍성계다. 지구에서 약 3,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평소 밝기는 10등급 안팎으로 맨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적색거성에서 흘러나온 물질이 백색왜성 표면에 쌓이다가 한계를 넘으면, 표면에서 폭주하는 열핵반응이 일어나 밝기가 순식간에 2등급 안팎까지 치솟는다 — 북극성과 맞먹는 밝기다. 이런 재발 신성(recurrent nova) 현상이 관측된 것은 1866년과 1946년, 두 차례이며 그 간격은 정확히 80년이었다. 여기서 나온 계산이 '다음 폭발은 2026년경'이라는 예측이다.

2024년 10월 파리천문대의 장 슈나이더가 미국천문학회 리서치 노트에 발표한 논문은 2025년 3월 27일과 11월 10일을 유력한 폭발 시점으로 제시했지만 두 날짜 모두 조용히 지나갔다. 이후 가장 주목받은 날짜는 2026년 6월 25일이었으나, 이 원고를 쓰는 시점(2026년 9월)까지도 T CrB는 여전히 10등급대의 평온한 밝기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 통계적 예상 시점은 2027년 2월 8일로 넘어갔다. 다만 재발 신성의 폭발 시점을 정확히 맞히는 것은 현재 천문학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워, "곧 터진다"는 것 자체는 확실해도 정확한 날짜는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IAU는 2025년 9월 이 별에 '블레이즈 스타'라는 공식 고유명을 부여했다.

같은 별자리 안에는 이보다 덜 알려졌지만 못지않게 독특한 변광성이 하나 더 있다. R 코로나 보레알리스는 수소가 극도로 부족한 노란색 초거성으로, R 코로나 보레알리스형 변광성이라는 희귀한 부류의 원형이다. 이 별은 신성처럼 갑자기 밝아지는 대신, 스스로 뿜어낸 탄소 그을음 구름에 가려 불규칙하게 어두워졌다가 서서히 회복한다 — 일종의 '거꾸로 된 신성'인 셈이다. 딥스카이 천체로는 메시에 목록에 오른 대상은 없지만, 약 10억~15억 광년 거리에 400개 넘는 은하가 모인 아벨 2065 은하단이 이 별자리 방향에 있다. 가장 밝은 은하조차 16.5등급에 불과해 아마추어 장비로는 사실상 관측이 어렵다.

 

동아시아 하늘의 관삭

서양이 이 별들을 왕관으로 읽었다면, 동아시아의 3원 28수 체계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다. 북쪽왕관자리 영역은 천시원(天市垣) — 하늘의 시장을 뜻하는 영역 — 에 속한 별자리 관삭(貫索)에 해당한다.

관삭은 알페카를 포함해 파이·세타·베타·감마·델타·엡실론·이오타·로 등 여러 별로 이루어지며, 알페카 단독으로는 '관삭사(貫索四)' — 관삭을 이루는 네 번째 별 — 로 불렸다. 이름의 한자를 그대로 풀면 '꿰어놓은 끈'이라는 뜻으로, 한국어 위키백과는 이를 꾸러미로 꿴 돈, 즉 '돈꾸러미'로 풀이한다. 영어권 중국 천문학 자료에서는 'Coiled Thong(휘감긴 끈)'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왕관이라는 화려한 상징 대신, 실 끈으로 무언가를 꿰어놓은 형상으로 하늘을 읽은 셈이다.

 

왕관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북쪽왕관자리'라는 이름 자체는 후대에 덧붙은 것이다. 라틴어 코로나(corona)는 화관·왕관을 뜻하고, 보레알리스(borealis)는 그리스 신화의 북풍신 보레아스(Boreas)에서 온 '북쪽의'라는 뜻이다. 하지만 톨레미가 처음 이 별자리를 정리했을 때는 그저 '코로나(Corona)'였을 뿐, '북쪽'이라는 수식어는 없었다.

'북쪽'이 붙게 된 계기는 명확하다. 남반구 하늘에 비슷한 반원형 별자리 남쪽왕관자리(Corona Australis)가 별도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두 별자리를 구분할 필요가 생기면서 각각 '북쪽(Borealis)'과 '남쪽(Australis)'이 붙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냥 '왕관자리'라고만 하면 대개 북쪽왕관자리를 가리킨다 — 남쪽왕관자리는 한국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뿐더러, 애초에 대중적 인지도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신화의 주인공을 살려 부르는 이름도 남아 있는데, '아리아드네의 왕관(Corona Ariadnae)'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한국에서 북쪽왕관자리 찾는 법

이론은 이쯤 해두고, 실제로 밤하늘에서 이 별자리를 찾는 방법을 짚어보자. 북쪽왕관자리는 88개 별자리 가운데 면적 179제곱도로 73번째, 즉 상당히 작은 축에 속한다. 위치상으로는 목동자리와 헤르쿨레스자리 사이, 세르펜스자리와도 접해 있다.

7월 자정 무렵 남중하며, 이때 고도가 상당히 높이 올라와 시야가 트인 곳이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찾는 방법은 먼저 목동자리의 주황색 별 아르크투루스를 찾은 뒤, 그 동쪽으로 약 15도(팔을 뻗었을 때 주먹 하나 반 정도의 폭) 떨어진 지점을 살피는 것이다. 그 자리에 반원형으로 늘어선 별 무리가 보이면 그것이 북쪽왕관자리이며, 가운데서 유독 밝게 빛나는 별이 알페카다.

다만 알페카를 제외한 나머지 별들이 3~4등급으로 어두운 편이라, 광해가 있는 도심에서는 왕관의 완전한 형태를 그리기가 의외로 까다롭다. 쌍안경을 사용하면 반원형 배열이 훨씬 뚜렷하게 드러나며, T CrB의 밝기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미국변광성관측자협회(AAVSO)가 공개하는 비교 성표를 참고해 매일 밤 알페카 주변 별들과 밝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 신화: 디오니소스가 낙소스 섬에서 만난 아리아드네에게 준 결혼 선물 왕관이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히기누스 《천문학》 등).
  • 대표 별: 알파성 알페카(Alphecca, 겜마), 겉보기 등급 2.23, 약 75광년 거리의 식쌍성. 베타성 누사칸 등 6개 별과 함께 반원형을 이룬다.
  • 가장 큰 화제: 재발 신성 T 코로나 보레알리스(블레이즈 스타)가 약 80년 주기로 폭발하며, 2026년경 폭발이 예상되었으나 2026년 9월 현재까지 관측되지 않았다.
  • 동아시아: 3원 28수 체계의 천시원에 속한 관삭(貫索) 별자리로, 알페카는 관삭사(貫索四)라 불렸다.
  • 크기: 88개 별자리 중 73번째, 면적 179제곱도로 작은 편이다.
  • 관측: 한국 기준 5~7월 자정 무렵 남중. 아르크투루스에서 동쪽으로 약 15도 지점.

 

FAQ

Q. T 코로나 보레알리스가 폭발하면 지구에 위험한가요? A. 아니다. 재발 신성은 백색왜성 표면에서 일어나는 폭발로, 별 자체는 파괴되지 않고 다시 물질을 모아 다음 폭발을 준비한다. 약 3,000광년이라는 거리도 지구에 물리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가 아니며, 단지 며칠간 맨눈으로 보이는 밝기 변화가 나타날 뿐이다.

Q. 왜 이름에 '북쪽'이 붙었나요? A. 톨레미 당시에는 그냥 '코로나(왕관)'였지만, 남반구에 비슷한 모양의 남쪽왕관자리가 별도로 존재해 둘을 구분해야 했다. 그래서 각각 북쪽(Borealis)과 남쪽(Australis)이 이름에 붙었다.

Q. 알페카와 겜마는 다른 별인가요? A. 같은 별이다. 알페카(Alphecca)는 아랍어에서, 겜마(Gemma)는 '보석'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온 이름으로, 둘 다 북쪽왕관자리 알파성을 가리키는 서로 다른 명칭이다.

Q. 북쪽왕관자리에서 성운이나 은하를 관측할 수 있나요? A. 메시에 목록에 오른 천체는 없다. 아마추어 장비로 볼 만한 딥스카이 천체도 마땅치 않으며, 방향상 존재하는 아벨 2065 은하단은 가장 밝은 은하조차 16.5등급이라 대형 망원경이 아니면 관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참고자료

  •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IAU), Constellation Corona Borealis
  • AAVSO(American Association of Variable Star Observers), T Coronae Borealis 관측 데이터베이스
  • 한국천문연구원, 별자리 안내자료
  • 위(僞)-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히기누스(Hyginus), 《천문학》(Astronomica)
  • 오비디우스(Ovidius),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
  • 위키백과, "북쪽왕관자리", "아리아드네", "이십팔수"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