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자리는 1,294제곱도로 88개 별자리 중 2위, 태양이 44일이나 머무는 황도 최대 별자리다.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와 페르세포네 신화, 세차운동을 드러낸 스피카, 은하 2,000개의 처녀자리 은하단, 한국 봄밤 관측법까지 정리했다.

태양은 해마다 황도를 따라 하늘을 한 바퀴 돌며 별자리 13개를 지나간다. 그런데 머무는 시간이 제각각이다. 전갈자리는 고작 7일 만에 빠져나가는데, 9월 16일에 들어선 어느 별자리에서는 10월 30일이 되어서야 겨우 벗어난다.
44일. 황도 위 어떤 별자리보다 긴 체류다.
그 별자리가 처녀자리다. 정작 도시의 밤하늘에서 눈에 띄는 별은 스피카 하나뿐이다. 흐릿한 별들로 채워진 이 넓은 영역 안에는 인간 곁을 마지막까지 지키다 떠난 여신의 이야기, 2,000여 년 전 한 천문학자가 하늘 전체가 조금씩 미끄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그리고 은하 수천 개가 모여 있는 우주의 한 구역이 함께 들어 있다.
목차
- 1,294제곱도 - 숫자로 확인하는 처녀자리의 크기
- 아스트라이아 - 인간 곁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정의의 여신
- 페르세포네 - 이삭을 든 처녀의 또 다른 얼굴
- 스피카 - 세차운동을 처음 드러낸 밀 이삭
- 스피카 말고도 - 처녀자리를 이루는 이름 있는 별들
- 은하 2,000개가 모인 방향 - 처녀자리 은하단과 M87
- 동쪽 하늘에서는 청룡의 뿔 - 이름과 문화 속 처녀자리
- 한국의 봄밤에 처녀자리 찾는 법
-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 FAQ
- 참고자료
1,294제곱도 - 숫자로 확인하는 처녀자리의 크기
"가장 크다"는 말은 실제로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오늘날 별자리의 경계는 국제천문연맹(IAU)이 1930년에 벨기에 천문학자 외젠 델포르트의 작업을 바탕으로 확정한 것이다. 이 경계에 따르면 처녀자리의 면적은 1,294제곱도, 온 하늘(약 41,253제곱도)의 약 **3.1%**다.
88개 별자리 전체로 넓히면 처녀자리는 2위다. 1위 바다뱀자리(1,303제곱도)와의 차이는 9제곱도 남짓, 보름달 40여 개를 늘어놓은 정도에 불과하다. 황도 12궁 안에서는 경쟁 상대가 없다.
| 처녀자리 | 1,294 | 2위 |
| 물병자리 | 980 | 10위 |
| 사자자리 | 947 | 12위 |
| 물고기자리 | 889 | 14위 |
| 궁수자리 | 867 | 15위 |
| 황소자리 | 797 | 17위 |
| 천칭자리 | 538 | 29위 |
| 쌍둥이자리 | 514 | 30위 |
| 게자리 | 506 | 31위 |
| 전갈자리 | 497 | 33위 |
| 양자리 | 441 | 39위 |
| 염소자리 | 414 | 40위 |
가장 작은 염소자리와 비교하면 처녀자리는 약 3.1배다. 황도가 실제로 지나가는 뱀주인자리(948제곱도)까지 넣어 13개로 비교해도 순위는 변하지 않는다.
이 크기는 태양의 달력에도 그대로 새겨진다. 황도 위에서 처녀자리가 차지하는 구간이 가장 길기 때문에, 태양은 9월 16일부터 10월 30일까지 약 44일을 이 별자리 안에서 보낸다. 추분점도 지금은 처녀자리 안, 베타별 자위야바 근처에 놓여 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하늘의 기준점이 이 별자리에 있는 셈이다.
처녀자리가 이렇게 넓어진 데는 고대의 별자리 그림에서 처녀가 황도를 따라 길게 누운 모습으로 그려졌다는 점과, 그 주변에 밝은 별이 드문 넓은 빈 영역이 1930년 경계 확정 때 함께 처녀자리로 묶였다는 점이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스트라이아 - 인간 곁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정의의 여신
그렇다면 이 거대한 영역 속 처녀는 누구일까. 한국천문연구원의 별자리 전설 자료가 가장 먼저 소개하는 주인공은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다. 이름 자체가 그리스어로 '별의 처녀', '별처럼 빛나는 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를 가장 이른 시기에 별자리와 엮어 남긴 문헌은 기원전 3세기 시인 아라토스의 《파이노메나》다. 아라토스에 따르면 처녀는 먼 옛날 인간과 함께 땅 위에서 살았다. 황금의 시대에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다툼을 가려주었고, 그 시절 사람들은 전쟁도 바다 건너 장사도 몰랐다.
시대가 은의 시대로 기울자 여신은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산에 머물다 저녁이 되어서야 마을로 내려와, 조상보다 못한 자손들을 꾸짖고는 다시 산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청동의 시대가 왔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칼을 벼리고, 밭을 갈던 소를 잡아먹었다. 여신은 그 광경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라토스는 그녀가 지금도 밤마다 목동자리 근처에서 보인다고 적었다.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1권은 같은 장면을 더 극적으로 끝맺는다. 철의 시대에 땅이 피로 젖자 신들이 모두 떠났고, 아스트라이아는 그 마지막이었다. 신들 가운데 누구보다 늦게까지 인간을 포기하지 않았던 존재가 결국 하늘의 별자리가 된 것이다.
여신의 부모는 문헌마다 다르다. 헤시오도스 계열 전승은 정의의 여신 디케를 제우스와 테미스의 딸로 보고 한국천문연구원 자료도 이 계보를 따르지만, 아라토스는 별의 신 아스트라이오스의 딸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여지를 남겼다. 이웃한 천칭자리를 이 여신의 저울로 연결하는 설명도 널리 퍼져 있으나, 아라토스의 원문에서 처녀가 손에 든 것은 저울이 아니라 이삭이다. 저울과의 연결은 후대의 해석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
페르세포네 - 이삭을 든 처녀의 또 다른 얼굴
정의의 여신이 왜 하필 곡식 이삭을 들고 있을까. 이 어색함이 두 번째 이야기의 입구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카타스테리스모이》는 처녀를 디케로 보는 설을 먼저 소개한 뒤, 이삭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대중서와 교양 자료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데메테르와 그 딸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처녀자리 신화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오래된 원형은 기원전 7~6세기 무렵의 《호메로스 찬가》 중 〈데메테르 찬가〉다. 봄날 페르세포네는 바다의 요정들과 들판에서 꽃을 따고 있었다. 유난히 아름다운 수선화 한 송이에 손을 뻗는 순간 땅이 갈라졌고, 검은 말이 끄는 마차를 탄 저승의 왕 하데스가 솟아올라 그녀를 지하로 데려갔다.

딸의 비명을 들은 데메테르는 횃불을 들고 아흐레 동안 온 땅을 헤맸다. 진실을 알게 된 뒤 여신은 곡식의 싹을 틔우는 일을 멈춰버렸고, 대지는 말라 사람들이 굶주리기 시작했다. 제물을 받지 못하게 된 신들까지 곤란해지자, 제우스는 전령 헤르메스를 지하로 보내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게 했다.
그런데 하데스는 떠나는 페르세포네에게 석류 씨를 먹였다. 저승의 음식을 입에 댄 자는 저승에 묶인다. 〈데메테르 찬가〉에서 그녀는 1년 중 3분의 1을 지하에서, 나머지를 어머니 곁에서 보내게 되고,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5권에서는 석류 일곱 알 때문에 1년을 반으로 나눠 지내게 된다. 딸이 지하에 있는 동안 어머니가 슬퍼해 땅이 얼어붙는다는 계절의 기원담이 여기서 나왔다.
주의할 점은 이 이야기 자체에는 별자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녀자리를 데메테르나 페르세포네로 보는 연결은 "처녀가 곡식 이삭을 들고 있다"는 별자리 그림에서 출발한 해석이다. 이 밖에도 히기누스의 《천문학》은 포도주를 처음 받은 아테네 사람 이카리오스의 딸 에리고네를, 에라토스테네스는 시리아의 여신 아타르가티스나 운명의 여신 티케를 처녀의 정체로 꼽는 설도 함께 전한다.
스피카 - 세차운동을 처음 드러낸 밀 이삭
두 신화가 모두 붙잡고 있는 그 이삭이 바로 처녀자리의 알파별이다. 스피카(Spica)는 라틴어로 '곡식 이삭'이라는 뜻이며, 겉보기 등급 0.98등급, 지구에서 약 250광년 떨어져 있다.
맨눈에는 푸르스름한 점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별이다. 태양보다 훨씬 무겁고 뜨거운 B형 별 두 개가 약 4일 주기로 서로를 돌고 있는데, 너무 가까워서 망원경으로도 둘을 나눠 볼 수 없다. 별빛의 스펙트럼이 주기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분석해서야 쌍성임이 밝혀졌다. 서로의 중력에 당겨진 두 별은 공처럼 둥글지 않고 달걀처럼 늘어나 있어, 궤도를 도는 각도에 따라 밝기가 아주 조금씩 오르내린다.
하지만 스피카가 천문학사에 남긴 가장 큰 흔적은 별 자체가 아니라 그 위치다. 기원전 2세기, 그리스 천문학자 히파르코스는 월식이 일어나는 밤 달과 스피카 사이의 각도를 재어 스피카의 위치를 계산했다. 그 결과 스피카는 추분점에서 약 6도 떨어져 있었다.

문제는 약 150년 전 알렉산드리아의 티모카리스가 남긴 기록이었다. 티모카리스의 측정에서 같은 거리는 약 8도였다. 2도의 차이. 팔을 쭉 뻗었을 때 손가락 하나 폭쯤 되는 차이지만, 히파르코스는 이것을 관측 오차로 넘기지 않았다. 별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추분점, 곧 하늘의 기준점 자체가 별들 사이를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것이 세차운동의 발견이다. 히파르코스는 이동 속도를 100년에 최소 1도로 보았다. 실제 값은 약 72년에 1도로 조금 더 빠르며,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2만 6천 년이 걸린다. 인류가 문자를 쓰기 시작한 뒤 흐른 시간의 다섯 배가 넘는 주기다. 히파르코스의 원래 저서는 전해지지 않고, 2세기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가 이 발견을 인용해 기록으로 남겼다. 하늘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에 처음 금이 간 자리에 처녀자리의 이삭이 있었던 것이다.
스피카 말고도 - 처녀자리를 이루는 이름 있는 별들
도시에서 처녀자리를 찾으면 사실상 스피카 하나만 보인다. 그렇다면 나머지 1,294제곱도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3~4등급의 별들이 스피카 위쪽으로 비스듬히 누운 Y자 모양을 만들며, 이 별들이 여신의 몸과 날개를 이룬다.
- 포리마(감마별) - 약 2.7등급, 38광년. 비슷한 두 별이 약 169년 주기로 서로를 도는 쌍성이다. 2005년 두 별이 가장 가까워졌을 때는 대형 망원경으로도 나누기 어려웠지만, 이후 다시 벌어져 지금은 작은 망원경으로도 분리해 볼 수 있다.
- 빈데미아트릭스(엡실론별) - 약 2.8등급, 약 100광년의 노란 거성. 라틴어로 '포도 따는 여인'이라는 뜻으로, 포도 수확철 무렵 새벽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 헤제(제타별) - 약 3.4등급, 약 70광년. 천구의 적도 바로 근처에 있다.
- 미넬라우바(델타별) - 약 3.4등급, 약 200광년 떨어진 붉은 거성.
- 자위야바(베타별) - 약 3.6등급, 36광년. 현재 추분점이 이 별 근처에 있다.
- **자니아(에타별)**와 시르마(요타별) - 약 4등급 안팎으로, Y자의 가지 끝을 이어준다.
눈에 띄지 않는 이웃도 있다. 처녀자리 방향 약 11광년 거리에는 어두운 적색왜성 로스 128이 있는데,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들 가운데 하나다. 2017년에는 이 별 주위를 도는 지구 크기급 행성 로스 128 b가 발표되었다.
은하 2,000개가 모인 방향 - 처녀자리 은하단과 M87
밝은 별이 드물다는 것이 처녀자리의 약점이라면, 그 어두운 공간은 오히려 먼 우주를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 처녀자리 북서쪽, 사자자리 꼬리와 머리털자리 경계 부근에는 약 2,000개의 은하가 중력으로 묶인 처녀자리 은하단이 있다. 거리는 약 5,400만 광년, 우리은하가 속한 국부은하군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은하단이다. 그 질량이 워낙 커서 우리은하를 포함한 주변 은하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은하단의 중심에는 거대 타원은하 M87이 있다. 우리은하보다 훨씬 많은 별과 약 1만 2천 개의 구상성단을 거느린 은하로, 중심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의 제트가 수천 광년 길이로 뿜어져 나온다. 2019년 4월,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단은 이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그림자를 공개했다. 인류가 처음으로 본 블랙홀의 모습이었고, 그 질량은 태양의 약 65억 배로 추정되었다.

처녀자리에는 메시에 목록 천체가 11개나 있으며, 대부분이 이 은하단의 은하들이다. M84와 M86에서 시작해 은하들이 활처럼 늘어선 마카리안 사슬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봄밤에 즐겨 찾는 대상이다.
은하단과 무관한 명소도 있다. 스피카에서 서쪽으로 약 11도 떨어진 M104 솜브레로 은하는 약 3,000만 광년 거리의 은하로, 옆에서 본 원반에 검은 먼지띠가 가로질러 챙 넓은 모자처럼 보인다. 그리고 약 12.9등급의 희미한 점 3C 273은 1963년 천문학자 마르턴 슈밋이 정체를 밝힌 최초의 퀘이사다. 약 24억 광년 떨어져 있지만 구경 20cm급 아마추어 망원경으로도 포착되어, 개인 장비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 중 하나로 꼽힌다.
동쪽 하늘에서는 청룡의 뿔 - 이름과 문화 속 처녀자리
같은 별을 다른 문명은 어떻게 불렀을까. 우리가 쓰는 '처녀자리'는 라틴어 이름 비르고(Virgo, 처녀)를 옮긴 번역어이고, 그 뿌리는 그리스어 파르테노스(Parthenos, 처녀)다. 중국에서는 같은 별자리를 '실녀좌(室女座)'라고 부른다.
그리스보다 훨씬 앞선 메소포타미아의 별 목록 《뮬아핀》(MUL.APIN)에서 스피카 주변은 '밭고랑'으로 불렸고, 이 별은 곡물의 여신 샬라가 든 보리 이삭과 연결되었다. 처녀자리의 이삭이 그리스 이전의 농경 전통에서 이어져 왔다고 보는 해석이 여기서 나온다.
동아시아의 하늘에서 스피카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았다. 하늘의 적도를 따라 달이 머무는 자리를 28개로 나눈 28수의 첫 번째 별자리가 **각수(角宿)**이고, 스피카가 바로 그 각수의 으뜸 별이다. 28수를 넷으로 묶은 사신 체계에서 각수는 동방청룡의 뿔에 해당하며, 처녀자리의 다른 별들로 이루어진 **항수(亢宿)**는 용의 목이 된다. 서양이 이삭을 본 자리에서 동양은 봄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의 머리를 본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 체계는 그대로 쓰였다. 1395년 조선 태조 때 돌에 새긴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각수와 항수가 동방 7수의 첫머리로 새겨져 있다. 처녀자리 서쪽의 별 일부는 천제의 궁궐을 뜻하는 태미원의 담장 별로도 쓰였다.
한국의 봄밤에 처녀자리 찾는 법
이제 실제 하늘로 나가볼 차례다. 처녀자리는 한국에서 3월부터 7월까지 저녁 하늘에 보이며, 가장 보기 좋은 때는 5월 말 밤 9~10시 무렵이다. 이 시각 스피카는 정남쪽 하늘에서 가장 높이 뜨는데, 서울 기준으로 지평선에서 약 41도 높이다. 남쪽 시야만 트여 있으면 어렵지 않다.
길잡이는 북두칠성이다.
- 북쪽 하늘 높이 뜬 북두칠성의 손잡이 곡선을 찾는다.
- 그 곡선을 그대로 연장하면 주황빛의 밝은 별,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에 닿는다.
- 같은 곡선을 계속 이어가면 남쪽 하늘의 청백색 별 스피카가 나온다.
이 호를 흔히 봄의 대곡선이라 부른다. 스피카와 아크투루스에 사자자리 꼬리별 데네볼라를 이으면 커다란 봄의 대삼각형도 만들어진다. 스피카가 푸르고 아크투루스가 주황색이라, 두 별의 색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맨눈 관측의 재미가 있다.

난이도는 의외로 높은 편이다. 스피카를 빼면 3~4등급 별뿐이라 불빛이 많은 도시에서는 Y자 윤곽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별자리 전체 모양을 보려면 교외의 어두운 하늘이 필요하다. 또 황도 위에 있어 달과 행성이 자주 스피카 곁을 지나가므로, 처녀자리 근처의 유난히 밝은 '별'은 행성일 가능성이 크다. 은하단의 은하들은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구경 10cm 이상의 망원경이 있어야 희미한 솜뭉치 모양으로 잡힌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 처녀자리 면적은 1,294제곱도로 88개 중 2위, 황도 별자리 중 1위다.
- 태양은 9월 16일부터 10월 30일까지 약 44일 동안 처녀자리에 머물고, 추분점도 현재 이 별자리 안에 있다.
- 아라토스와 오비디우스는 처녀를 인간 곁을 마지막으로 떠난 정의의 여신으로, 대중적으로는 데메테르·페르세포네 이야기로도 전해진다.
- 알파별 스피카(0.98등급, 약 250광년)는 약 4일 주기의 근접 쌍성이며, 히파르코스가 세차운동을 발견하는 기준이 된 별이다.
- 약 5,400만 광년 거리의 처녀자리 은하단에는 은하 2,000여 개가 있고, 그 중심 M87에서 인류 최초의 블랙홀 그림자가 촬영되었다.
- 동아시아에서 스피카는 28수의 첫 별자리 각수, 곧 동방청룡의 뿔이다.
- 한국에서는 5월 말 밤 9~10시 정남쪽, 북두칠성에서 이어지는 봄의 대곡선으로 찾는다.
FAQ
Q. 생일 별자리의 처녀자리 기간과 태양이 실제로 처녀자리에 있는 기간이 왜 다른가요? 점성술의 처녀자리 기간(대략 8월 하순~9월 하순)은 약 2천 년 전 하늘을 기준으로 황도를 30도씩 똑같이 나눈 것이다. 그 사이 세차운동으로 기준점이 이동했고, 실제 별자리 경계는 크기가 제각각이라 오늘날 태양은 9월 16일~10월 30일에 처녀자리에 머문다.
Q. 가장 큰 별자리는 바다뱀자리인데, 처녀자리를 '가장 크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88개 전체에서는 바다뱀자리가 1위이고 처녀자리는 9제곱도 남짓 차이로 2위다. '가장 크다'는 표현은 황도 12궁 안에서의 순위이며, 황도가 지나는 뱀주인자리까지 포함해도 처녀자리가 가장 넓다.
Q. M87 블랙홀을 개인 망원경으로 볼 수 있나요? M87 은하 자체는 약 8.6등급이라 소형 망원경으로도 희미한 빛 덩어리로 보인다. 하지만 블랙홀 그림자는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묶은 사건지평선망원경이 있어야 포착할 수 있어, 개인 장비로는 볼 수 없다.
Q. 처녀자리 근처에 유난히 밝은 별이 보이는데 스피카가 맞나요? 스피카는 청백색의 1등성으로, 반짝임이 있다. 그보다 훨씬 밝고 반짝임이 적은 점이라면 황도를 따라 지나가는 금성·목성·토성 같은 행성일 가능성이 높다. 별자리 앱으로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참고자료
- 국제천문연맹(IAU), The Constellations - Virgo(별자리 경계·면적 자료)
- Eugène Delporte, Délimitation scientifique des constellation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30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별자리 전설 「처녀자리 - 봄철 별자리」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동방7수 - 이십팔수」
- 아라토스, 《파이노메나》
- 에라토스테네스, 《카타스테리스모이》
- 히기누스, 《천문학》(De Astronomia)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권·5권
- 《호메로스 찬가》 중 〈데메테르 찬가〉
- 프톨레마이오스, 《알마게스트》 7권(히파르코스의 세차운동 인용)
- 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 The Shadow of the Supermassive Black Hole",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19
- NASA Astronomy Picture of the Day, "Virgo Cluster Galaxies"(2025년 4월 17일)
- Chandra X-ray Observatory, "Welcome to the Virgo Clu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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