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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별의 시작

왜 별자리는 88개일까?

by starlight00 2026.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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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별자리 88개는 고대부터 정해진 숫자가 아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에서 출발해 바이어·헤벨리우스·라카유가 빈 하늘을 채웠고, 1922년 국제천문연맹이 88개로 정리한 뒤 1930년 델포르트가 실제 경계선을 그었다.

어두운 서재 나무 책상 위에 별자리 지도가 그려진 낡은 큰 책이 펼쳐져 있고 나침반과 깃펜, 천구도가 곁에 놓인 모습
어두운 서재 나무 책상 위에 별자리 지도가 그려진 낡은 큰 책이 펼쳐져 있고 나침반과 깃펜, 천구도가 곁에 놓인 모습

 

지금 별자리 지도를 펼치면 하늘 전체가 빈틈없이 88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이 88이라는 숫자, 언제 누가 정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이 경계선이 확정된 건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았다.

 

목차

  • 프톨레마이오스가 남긴 48개, 별자리 역사의 출발점
  • 대항해시대, 남쪽 하늘을 채운 사람들
  • 헤벨리우스와 라카유, 북쪽과 남쪽의 빈틈을 메우다
  • 별자리가 100개를 넘어섰던 혼란의 시대
  • 1922년 로마, 국제천문연맹이 88개를 확정하다
  • 델포르트, 별자리에 실제 경계선을 긋다
  • 사라진 별자리들 — 아르고자리와 콰드란스 무랄리스
  •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 FAQ
  • 참고자료

프톨레마이오스가 남긴 48개, 별자리 역사의 출발점

이야기는 2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작한다. 천문학자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저서 《알마게스트》에서 하늘의 별을 48개 별자리로 정리했다. 황도 12궁, 황도 북쪽 21개, 황도 남쪽 15개로 나눈 이 목록은 그가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리스와 바빌로니아에서 전해 내려온 별자리 전통을 집대성한 결과였다.

어두운 작업대 위에 펼쳐진 오래된 두루마리 문서와 찢어진 파피루스 조각, 확대경이 보이는 옛 별자리 기록 열람 장면
어두운 작업대 위에 펼쳐진 오래된 두루마리 문서와 찢어진 파피루스 조각, 확대경이 보이는 옛 별자리 기록 열람 장면

 

이 48개 중 47개는 지금도 88개 목록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나머지 하나, 거대한 배 모양의 아르고자리는 훗날 세 조각으로 쪼개져 이름 자체는 사라졌다. 프톨레마이오스가 그리스에서 관측했기 때문에 그의 목록은 애초에 남반구 하늘 대부분을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었다.

대항해시대, 남쪽 하늘을 채운 사람들

그렇다면 나머지 40개는 어디서 왔을까. 답은 15~17세기 유럽의 원양 항해에 있다. 유럽 선박이 적도를 넘어 남반구로 진출하면서, 그때까지 유럽 하늘에서는 아예 보이지 않던 별들이 처음으로 관측 대상이 됐다.

독일 천문학자 요한 바이어는 1603년 성도 《우라노메트리아》에서 남반구 항해자들의 관측을 반영해 12개 별자리를 새로 실었다. 공작자리(Pavo), 두루미자리(Grus), 파리자리(Musca) 같은 이름이 이때 등장했다. 1624년에는 야코프 바르치가 낙타자리(Camelopardalis)를 포함해 3개를 추가로 제안했다.

배 안 선실로 보이는 나무 탁자에 등불과 아스트롤라베, 육분의가 놓이고 남반구 천구도가 실린 고서가 펼쳐진 모습
배 안 선실로 보이는 나무 탁자에 등불과 아스트롤라베, 육분의가 놓이고 남반구 천구도가 실린 고서가 펼쳐진 모습

 

헤벨리우스와 라카유, 북쪽과 남쪽의 빈틈을 메우다

남쪽 하늘만 채워지고 있던 건 아니었다. 폴란드의 요하네스 헤벨리우스는 1690년 사후 출판된 성도 《피르마멘툼 소비에스키아눔》에서 북반구의 남은 빈틈을 겨냥해 방패자리(Scutum), 살쾡이자리(Lynx) 등 10개를 제안했고, 그중 7개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가장 큰 몫은 프랑스 천문학자 니콜라 루이 드 라카유의 것이다. 1751년부터 남아프리카 희망봉에서 남반구 하늘을 직접 관측한 그는 1750년대에 현미경자리, 망원경자리, 시계자리 등 당대 과학 기구 이름을 붙인 14개 별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동시에 프톨레마이오스가 남긴 거대한 아르고자리를 용골자리(Carina), 고물자리(Puppis), 돛자리(Vela) 세 개로 갈랐다. 하나의 별자리로 다루기엔 너무 넓었기 때문이다.

별자리가 100개를 넘어섰던 혼란의 시대

여기까지만 보면 별자리 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이 전혀 정리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는 데 있다.

18~19세기 천문학자들은 저마다 자기 관측이나 후원자에게 바치는 별자리를 만들어냈다. 콰드란스 무랄리스(벽면 사분의자리), 로부르 카롤리눔(찰스의 참나무자리) 같은 별자리가 등장했다가 사라졌고, 한때 유통되던 별자리 이름을 모두 합치면 100개를 훌쩍 넘었다. 성도마다 별자리 수와 경계가 달라서, 같은 별이 어느 지도에서는 이 별자리에, 다른 지도에서는 저 별자리에 속하는 일도 흔했다.

창가 나무 탁자 위에 별자리 그림과 점이 그려진 낡은 천구도 여러 장이 겹겹이 쌓여 있고 왼쪽에 두루마리가 말려 있는 모습
창가 나무 탁자 위에 별자리 그림과 점이 그려진 낡은 천구도 여러 장이 겹겹이 쌓여 있고 왼쪽에 두루마리가 말려 있는 모습

 

1922년 로마, 국제천문연맹이 88개를 확정하다

이 혼란을 정리한 곳이 1919년 창설된 국제천문연맹(IAU)이다. 1922년 로마에서 열린 첫 총회에서 IAU 표기·단위 위원회는 하늘 전체를 88개 별자리로 정리한 표준 목록을 채택했다. 라틴어 이름과 3글자 약어(예: 오리온자리 Ori, 사자자리 Leo)를 함께 정한 것도 이때다.

그렇다면 왜 하필 88개였을까. 정답은 새로운 별자리를 발명한 게 아니라, 이미 통용되던 수많은 별자리 중 프톨레마이오스의 47개와 바이어·바르치·헤벨리우스·라카일이 남긴 것들을 학술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해 추려낸 결과다. 콰드란스 무랄리스처럼 인기 있었지만 다른 별자리와 겹치거나 근거가 약한 이름들은 이 과정에서 제외됐다.

델포르트, 별자리에 실제 경계선을 긋다

그런데 1922년 목록에는 여전히 큰 구멍이 있었다. 이름과 약어만 정했을 뿐, 각 별자리가 하늘의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경계선이 없었던 것이다. 성도마다 경계를 구불구불하게 다르게 그렸기 때문에, 어떤 별이 정확히 어느 별자리 소속인지는 여전히 지도마다 달랐다.

이 작업을 맡은 사람이 벨기에 왕립천문대의 외젠 델포르트다. 그는 1925년 케임브리지 총회에서 적경·적위 선을 따라 수직·수평으로 경계를 긋는 방식을 제안했고, 1928년 레이던 총회에서 이 안이 승인됐다. 델포르트는 이미 이름이 붙어 있던 변광성이 최대한 원래 별자리 안에 남도록 경계를 조정했으며, 기준 시점은 1875년(Epoch 1875)으로 잡았다.

램프 불빛 아래 종이에 별이 점으로 찍힌 구형 격자 천구도가 있고 그 위에 컴퍼스와 자가 놓여 경계선 작도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
램프 불빛 아래 종이에 별이 점으로 찍힌 구형 격자 천구도가 있고 그 위에 컴퍼스와 자가 놓여 경계선 작도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

 

최종 결과는 1930년 《별자리의 과학적 경계 설정(Délimitation scientifique des constellations)》과 부속 성도 《아틀라스 셀레스트(Atlas Céleste)》로 출판됐다. 이 순간부터 별자리는 더 이상 상상 속 그림이 아니라, 하늘의 모든 지점이 정확히 하나의 구역에 속하는 좌표 체계가 됐다.

사라진 별자리들 — 아르고자리와 콰드란스 무랄리스

88개라는 숫자 뒤에는 사라진 별자리들의 흔적도 남아 있다. 라카유가 세 조각으로 나눈 아르고자리는 공식 이름으로는 더 이상 쓰이지 않지만, 지금도 오래된 성도나 별 목록에서 "예전 아르고자리 소속"이라는 식으로 언급되곤 한다.

콰드란스 무랄리스도 흥미로운 사례다. 1922년 정리 과정에서 정식 별자리 목록에서는 빠졌지만, 매년 1월 초에 관측되는 사분의자리 유성우(콰드란티즈)의 이름은 지금도 이 사라진 별자리에서 따온 것이다. 별자리는 없어졌어도 이름은 하늘 어딘가에 계속 남아 있는 셈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시기사건별자리 수 변화

150년경 프톨레마이오스 《알마게스트》 48개
1603년 바이어 《우라노메트리아》 +12개
1624년 바르치 추가 +3개
1690년 헤벨리우스 사후 출판 +7개(제안 10개 중)
1750년대 라카유 희망봉 관측 +14개, 아르고자리 3분할
1922년 IAU 로마 총회 88개 목록 확정
1928~1930년 델포르트 경계 작업 88개 경계선 확정

FAQ

88개는 전 세계 공통 기준인가요?
그렇다. IAU가 국제 표준으로 채택한 이후 학술 논문, 성도, 천체 명명 체계 모두 이 88개 경계를 기준으로 삼는다.

아르고자리는 왜 다시 부활하지 않았나요?
너무 넓어서 하나의 경계로 다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라카유가 이미 세 개로 나눠 놓은 상태였고, IAU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별도 복원을 추진하지 않았다.

별자리 경계선은 지금도 그대로인가요?
델포르트가 그린 경계선의 기준 시점은 1875년이다. 지구 세차운동으로 별의 위치가 조금씩 변하지만, 경계선 자체는 재조정하지 않고 1930년 발표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참고자료

  •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The Constellations》 공식 페이지
  • Eugène Delporte, 《Délimitation scientifique des constellations》(Cambridge University Press, 1930)
  • Ptolemy, 《Almagest》(2세기, 48개 별자리 목록 수록)
  • Ian Ridpath, 《Star Tales》(Constellation boundaries 관련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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